연애가 잠자리가 꼭 필요한가 하는 시점이 오는 것.
밤새도록 옛날 애인이 나오는 꿈을 꿨다. 흑역사라고 불리는 강렬하고 소모적이었던 그 시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속상했다. 쌔근쌔근 잠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더 속상했다. 꿈의 내용은 그랬다. 애인이 살던 집이 어디였는지 잊어버려 길을 헤맸다. 단번에 찾아가던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약간 안도했다. 이제 그 시간도 사람도 잃어버리고 잊어먹고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오늘은 서로의 감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성이 살아있는 영화 관람을 마친 후여서 그랬는지 나는 여러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상대의 생각을 듣고 조율하고 눈물로 승화하고 그러면서 어떤 응어리들이 조용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처럼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의 감정에 귀기울인다면 별다른 오해, 다툼 없이 믿음과 확신만을 가진 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짝꿍은 나의 우울함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내가 댄스가수의 노래를 듣고 웃기고 깨부수는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그래야 덜 우울해질 수 있으니까. 나는 항상 이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한다. 나에게 노력을 강요하지는 말아달라고. 대신 너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즐겁고 편안하다고. 앞으로도 그렇게 잔잔하게 시간이 흘러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