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윤의 방

연애가 잠자리가 꼭 필요한가 하는 시점이 오는 것.

서로를 믿고 시간을 준다기보다 각자의 일상이나 스스로에게로 부등호가 넓어지는 것.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남남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것이 슬프지 않은 때가 온다.

지금은 그닥 연애 감정에 날이 서지 않는다. 이번에 끝나면 또 다른 시작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 뿐이다.

밤새도록 옛날 애인이 나오는 꿈을 꿨다. 흑역사라고 불리는 강렬하고 소모적이었던 그 시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속상했다. 쌔근쌔근 잠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더 속상했다. 꿈의 내용은 그랬다. 애인이 살던 집이 어디였는지 잊어버려 길을 헤맸다. 단번에 찾아가던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약간 안도했다. 이제 그 시간도 사람도 잃어버리고 잊어먹고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오늘은 서로의 감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성이 살아있는 영화 관람을 마친 후여서 그랬는지 나는 여러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상대의 생각을 듣고 조율하고 눈물로 승화하고 그러면서 어떤 응어리들이 조용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처럼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의 감정에 귀기울인다면 별다른 오해, 다툼 없이 믿음과 확신만을 가진 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짝꿍은 나의 우울함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내가 댄스가수의 노래를 듣고 웃기고 깨부수는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그래야 덜 우울해질 수 있으니까. 나는 항상 이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한다. 나에게 노력을 강요하지는 말아달라고. 대신 너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즐겁고 편안하다고. 앞으로도 그렇게 잔잔하게 시간이 흘러가면 좋겠다.

마지막이 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다면 대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요?

오늘 데이트 중에 예전 남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줬던 귀걸이의 한짝을 잃어버렸다. 귀걸이를 밥먹듯 잃어버리는 내 옆을 지키고 있어서 그런데 활용도는 또 높아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선물이었는데 결국 짝을 잃었다. 추억이 깃든 선물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요긴하게 쓰거나 그렇지 않은 물건으로 둔갑할 뿐이다. 요긴했고, 길게 의미 부여했던 물건이었다. 마음이 이상하다.

징조는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다. 기분이 상했다가 풀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더이상 못 견디게 지겨울 때.

나는 내가 평범하기 때문에 평범한 것이 싫다.